유교적인 의미의 신은 대체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고대 문헌에 나타난 신으로 흔히 상제(上帝) 혹은 천(天)으로 표현된 인격신을 가리키고, 둘째는 주자(朱子)를 비롯한 성리학적인 의미에서의 신을 가리킨다.
첫째, 인격신적인 것도 대단히 다양하여 유형화하기 어려우나 대부분의 고등종교의 신들이 가진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신은 인간에게 복을 내려주어 돕는 자로 나타나는 면이 있다. ≪상서 尙書≫ 홍범(洪範)에 보면 “오직 하늘이 하민(下民)을 은밀히 돕는다[惟天陰隲下民].”는 말이 그것을 잘 나타낸다.
≪시경≫ 대아(大雅)에도 하늘의 도우심을 언급한 대목이 보이는데[於萬斯年 受天之祜], 이것은 중국인들에게는 보편적으로 인식된 내용이었다.
하늘은 인간에게 복을 내릴 뿐만 아니라 재앙을 통하여 징벌하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에서 백성들의 원한을 사는 경우에는 그것이 하늘에 사무쳐 반드시 재앙을 내린다.
≪춘추좌전≫에서 “폐읍에 실정하면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敝邑失政 天降之災].”는 표현이 대표적이다(昭公 18). 인격신으로서 가장 중국적인 것인 정치적 집권은 바로 하늘이 내려준 천명(天命)에 의해서 나타난다.
≪맹자≫에 보면, “만장이 물어 가로되, ‘요임금이 천하를 순임금에게 물려주었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아니다, 천자는 천하를 사람에게 줄 수 없느니라.’, ‘그렇다면 순임금이 천하를 소유했는데 누가 준 것입니까?’ 가로되 ‘하늘이 준 것이니라.’[萬章曰 堯以天下與舜 有諸 孟子曰 否天子不能以天下與人 然則舜有天下也 孰與之 曰天與之]”라는 말이 있다.
정의와 도덕의 원천으로서 인격신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인격신은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장자≫ 달생편(達生篇)에 보면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다[天地者 萬物之父母].”라는 말이 있고, ≪시경≫ 대아에 보면 “하늘이 백성을 낳으셨으나 하늘의 명은 믿고 있을 수만 없는 것[天生烝民 其命匪諶].”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조물주로서의 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상의 여러 사실들을 통해 보더라도 고대 문헌에 나타나는 신이 이미 최고신으로서 온갖 자연적 질서와 인륜적 가치의 절대 원리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주자는 이(理)를 매우 중요시하는 성리학자였던 만큼 성리(性理)와 귀신(鬼神)·정신(精神)·혼백(魂魄)을 뚜렷이 구별하여 전자를 오로지 ‘이’라 할 수 있다면 후자를 ‘기(氣)’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귀신·정신·혼백은 기이므로 유(類)를 따라 감응할 수 있으나 이는 감응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는 기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이고, 이는 마치 쉬지 않고 있는 천지 조화의 회로와 같은 것이어서, 날마다 무한히 생기는 기의 원천이 되므로 기가 단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주자는 신이라는 말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그 신에 해당하는 최고의 초월적 원리로 이를 내세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주자는 사람의 영혼도 일물(一物)과 같은 형태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사람이 한번 성형(成形)을 받고 태어나면 그 성(性)이 그대로 내가 소유하는 것이 되어 비록 죽는다고 하더라도 멸하지 않고 분명히 일물(영혼)이 되어 적연(寂然)한 일체(一體) 중에 감추어져 있다가 자손이 구하는 데 따라서 그때 그때 출현하여 공물(供物)을 흠향한다고 말한다(≪朱子大全≫ 권45, 答廖子晦).
일물은 어디까지나 적연한 일체 중에 포함된 부분과 같은 것이어서 독립된 개체로 있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만, 제사(祭祀)에서의 감격(感格)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에 뿌리를 두고 날로 생(生)하는 활연무궁(活然無窮)의 기(氣)가 있기 때문이다. 즉, 형이하(形而下)의 기의 근거에는 형이상적인 태극의 이가 있음을 말한다.
다시 요약한다면, 이라는 것은 어떤 모양으로나 생각하는 ‘나’에게 속한 나의 산물이 될 수는 없고, 거꾸로 생각하는 ‘나’가 절대적으로 예속되어 있는 초월적이며 절대적인 존재로서 이것이 없다면 나는 생각할 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또한 이를 쉬지 않고 활동한다고 본다면 모든 활동의 원천이므로 그것을 원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떤 물질적 요소와 관계가 없다는 의미에서 순수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인간이 한 위격(位格)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순수활동의 전체적인 것이 모두 드러나지 않고 전체에 예속된 부분만이 활동하므로 분여활동(分與活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주자가 통체태극(統體太極)의 이, 즉 전체적인 순수활동과 각구태극(各具太極)의 이, 즉 분여활동을 구분하고 있으나 그 사이에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구분하지 않은 점은 각 개인 안에 영원히 소멸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천인합일설의 튼튼한 기반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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